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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여행기

모녀 삼대의 좌충우돌 하코네 자유여행기

제주레이 2018.12.07


2018년 1월 도쿄 여행 출발 직전, 도쿄 폭설로 온 도시의 교통이 마비되었다는 뉴스가 들렸다.

공항은 괜찮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도 어느 정도 도로가 정리된 상황이었다. 폭설을 하코네에서 맞았던 지인은 도로가 통제되어 비행기도 놓치고 새로 항공권을 구매해서 와야 했다고 한다. 하루 이틀 차이로 나는 정말 운이 좋았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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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쌓인 메이지신궁  

엄마와 딸, 그리고 나.
모녀 삼대가 처음으로 떠나는 자유여행! 나도 막연하게나마 언젠간 그렇게 셋이 여행을 떠나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시동을 걸어준 건 초등학생 딸이었다. 이렇게 모녀 삼대가 여행을 하면 중간에 싸우는 일이 꼭 한 번은 생긴다고 하는데 평소에 그렇게 사이좋던 우리도 비껴가지 않았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모녀 삼대의 좌충우돌 하코네 겨울 여행.
일 년이 지나 다시 겨울을 맞은 지금, 추억을 더듬어본다.




로망스카 타고 하코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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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설 후의 신주쿠  

4박 5일 중 앞의 일정은 도쿄를 여행했다. 서울 구경하듯 메이지 신궁, 하라주쿠, 시부야, 아사쿠사, 스카이트리 등 도쿄 도심을 여행하고 여행 후반에는 겨울 온천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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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쿠역 로망스카 승강장  

도쿄 근교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휴양지는 하코네다. 하코네까지는 가장 편리하게 갈 수 있는 로망스카를 이용했다. 신주쿠역에서 출발하는 로망스카를 타려고 숙소도 신주쿠로 잡았다. 출구만 159개라는 신주쿠역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여행 전에 목적지에 따라 출구를 미리 적어두거나, 가서도 열심히 물어보며 다녀야 한다.

로망스카 예약하기 바로가기 ▶
예약 후 표는 신주쿠역에 있는 오다큐 관광안내소에서 발권
이때 하코네 프리패스 함께 구매하고 표는 신주쿠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소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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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망스카  

로망스카는 기차 기종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내가 탔던 건 운전석이 2층에 있어서 기차의 맨 앞과 맨 뒤는 모두 승객들의 차지였다. 양 끝의 세 열은 지정 예약하는 좌석으로 유리가 크게 나 있어서 열차의 가운데보다는 시야가 시원하고 경치 보기에 좋다. 탐나는 좌석이지만 추가 요금이 없어 경쟁률이 세기 때문에 티켓이 오픈되는 날짜에 예약해야 한다. 나는 무려 새벽에 알람까지 해서 성공적으로 예매를 마쳤건만 자리를 잘못 앉는 실수를 했다. 기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정반대 쪽에 와서 앉아있었다는걸.... 나의 불찰로 모녀 삼대는 캐리어를 질질 끌고 기차의 끝에서 끝으로 칸칸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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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망스카 모양의 에키벤  

자유여행의 묘미(?)를 팔 빠지게 만끽한 후 모녀 삼대는 금세 에키벤 고르는 재미에 빠졌다. 초등학생은 도시락통을 가질 수 있는 로망스카 에키벤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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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등학생이 새우튀김이 겉부터 속까지 정말 맛이 없었다고 추억하는 도시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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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키벤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는 언제 가도 또 먹을 생각이다. 기차의 좁은 좌석에서 불편하게 먹는 식사지만 맛과 별개로 그 경험이 즐겁다. 보기에도 예쁘니 고르는 재미부터 반찬 골라 먹는 재미까지 그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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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망스카 내부 앞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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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망스카에서 본 후지산  

캐리어를 끌고 고생은 했지만, 후지산의 설경은 모든 걸 잊게 한다. 마치 거인이 먹는 빙수 같았다.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아주 크게 보여서 가는 내내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느샌가 금세 사라졌다. 하코네에서 한 번 더 만나길 기대해봤다.




햇살 가득했던 하코네(箱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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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네유모토  

하코네유모토(箱根湯本)역에 도착하니 불과 며칠 전 내린 폭설은 온데간데없고 화창한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심 눈 내리는 하코네를 살짝 기대했지만 우중충하게 비가 내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맑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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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네 거리풍경  

역 근처의 료칸에 묵었던 모녀 삼대는 체크인 전까지 마을을 산책했다. 하코네 골목을 다니다 보면 온천마을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족욕을 하는 곳도 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수가 샘솟는 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코네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지만 도쿄 시내에 비하면 조용하고 한적해서 힐링하기에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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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이케 료칸  

첫날은 자연 속 하코네 료칸을 흠뻑 누리기! 요시이케 료칸에 짐을 풀고 온천을 하고 쉬는 날로 정했다. 하코네유모토역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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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이케 료칸의 국보급 정원  

요시이케 료칸은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정원이 유명하다. 정원 산책만으로도 한 시간은 넘긴 것 같다. 일본 문화재로도 지정되어있는 무려 만 평이 넘는 넓은 정원이다. 물 좋은 하코네니 온천도 좋았지만 추천하기에 가이세키 저녁밥은 아쉬웠던 곳이었다. 엄마가 맛으로는 패키지여행에 손을 들어줬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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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역시 기억에도 희미한 조식을 먹고 정원을 한 번 더 산책하고 오와쿠다니로 향했다. 여행을 시작하려면 일단 하코네유모토 역으로 가야 한다. 캐리어는 료칸에서 역으로 바로 보내서 유료 보관소에 맡겨주었다. 여행을 마치고 료칸에 들를 필요 없이 역에서 바로 찾아서 도쿄로 향하면 되니 편리했다.




갈아타는 재미, 하코네 프리패스

하코네에서는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하코네 여행의 큰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관광객 대부분의 목표 지점인 오와쿠다니를 찍고 다시 하코네유모토(箱根湯本)역까지 돌아오는 동안 타야 하는 것이 다섯 가지나 된다. 등산전차, 케이블카, 로프웨이, 다시 로프웨이, 유람선, 버스. 이렇게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타게 되니 매번 새로 구매하는 것보다 프리패스를 구매하는 게 훨씬 저렴하고 편하다. 갈아타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다음 타야 할 것이 보인다.  짧게 타고 갈아타는 식이기 때문에 지루할 틈도 없다. 가장 유의할 점은 표를 잘 챙겨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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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네 등산전차  

맨 처음 타게 되는 등산전차는 1919년에 개통한 일본 유일의 산악열차다. 산등성이를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스위치백(Switch back) 방식을 이용한다. 그래서 기차가 앞 열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방향과 각도를 위쪽으로 틀어 뒤로 올라가고 다시 앞으로 올라가기를 반복한다. 상당히 가파르게 올라가야 하는 지형에 사용되는데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같은 산악지역에서 스위치백을 경험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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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산골짜기를 달리는 등산전차는 마치 일본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기관장님의 모자 너머로 보이는 하얀 철로는 하코네 여행 중에 기억 남는 명장면 중 하나다. 점점 골짜기가 깊어지는 듯하더니 어느새 창문 밖은 아찔했다. (하코네유모토역 - 고라역 소요 시간 : 약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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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라(强羅)역 케이블카  

다음은 케이블카. 고라(强羅) 역에서 등산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소운잔(早雲山)까지 가야 한다. 하코네의 케이블카는 우리나라와 모양이 다르다. 위아래가 케이블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케이블카다. 오히려 다음에 탈 로프웨이가 우리나라의 케이블카와 비슷했다. (고라역 - 소운잔역 소요 시간 : 약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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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757m 소운잔역  

로프웨이로 갈아타기 위해 소운잔 역에 내렸다. 도착해보니 하코네 로프웨이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이런... 바람이 심해지면 운행을 멈추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하필 오늘이라니. 역에 있던 직원이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하는데 추운데 밖에서 기다려야 하고 줄도 엄청 길다. 지나가는 택시도 없다. 방법이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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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또 왜 이리 안 오는지...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처음 온 버스를 보내고 두 번째 버스를 겨우 탈 수 있었다. 나 혼자 다니면 이런 일도 그저 여행의 한 페이지이지만 일행을 책임지고 가이드 하는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편한 엄마와 친한 딸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유황온천계곡, 오와쿠다니(大涌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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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네 분화구 오와쿠다니  

우여곡절 끝에 오와쿠다니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아 유황 냄새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아찔한 골짜기 아래로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유황온천의 연기는 신비로웠다. 시선을 사로잡은 연기 때문에 냄새 같은 것은 바로 잊어버렸다. 오와쿠다니는 지옥 계곡 혹은 대지옥이라고도 불리는 약 3000년 전에 만들어진 분화구다. 하코네 온천의 진원지이자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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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산신령이 나올 것만 같은 자욱한 연기와 뒤로는 눈 쌓인 후지산까지. 오와쿠다니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자잘한 난관을 모두 잊게 해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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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타마고(黑たまご)  

오와쿠다니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있다. 검은 달걀, 쿠로타마고(黑たまご)다. 유황 온천수에 들어있는 유화수소와 철분 때문에 껍질이 검다. 한 개 먹을 때마다 7년을 더 산다는 속설이 있다. 맛은 구운 달걀처럼 흰자 부분이 더 쫀득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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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네 로프웨이  

분화구에 타고 올라왔어야 할 로프웨이는 이렇게 생겼다. 상점 직원이 도겐다이항으로 내려가는 로프웨이도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해서 다시 난감해졌었는데 혹시 몰라 로프웨이 타는 곳까지 가서 물어보니 운행한다고 한다. 역시 여행을 하다 막히는 게 생기면 머뭇거릴 필요 없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물어보거나 움직이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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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노코(蘆ノ湖)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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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프웨이에서 본 풍경  

올라갈 때는 로프웨이를 못 탔지만 내려갈 때 이런 장관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와쿠다니 - 도겐다이항 소요 시간 : 18분)




잔잔한 마지막 여정, 아시노코(芦ノ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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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노코(蘆ノ湖)  

하코네 여행의 마지막 코스 아시노코(蘆ノ湖). 호수 앞의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했다. 맛은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로 여기에서 마지막 사건이 크게 터졌다. 아무리 모녀간이지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모녀 삼대의 성격 차이에서 시작된 여행의 피날레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것조차 미소 지어지는 여행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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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노코를 왕복하는 해적선 모양의 유람선  

투덕투덕 했어도 우리는 한배를 타야 할 사이. 배가 도착했다. 해적선인데 생각보다 꽤 크다. 배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대략 한 시간마다 있다. 오래 기다릴 것 같으면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 되고 금세 올 것 같으면 건너가도 먹을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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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노 호수를 건널 때는 구름이 낮게 깔렸다. 호수에서 보는 후지산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대했지만 지난 이틀 동안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유람선은 단체로 여행을 왔는지 온통 일본 고등학생들로 배가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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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로운 하코네마치 풍경  

해적선은 혈기왕성한 남학생들로 붐볐지만, 호수 너머 하코네마치는 평화로워 보였다. 해적선을 오르락내리락했더니 40분 여정이 어느새 훌쩍 지났다. 이제 하코네에서 타야 할 것은 하코네유모토행 버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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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네유모토의 밤  

우리의 하코네 여행에 오와쿠다니로 가는 로프웨이 운행 중단은 타격이 컸다. 거기에서 한 시간을 넘게 허비해 버렸다. 신주쿠행 기차표 시간을 미리 정하지 않았던 건 신의 한 수였다. 미리 예매했으면 그것조차 못 탈뻔했다. 하코네에서 숙박하지 않고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한다면 하코네에 늦어도 오전 10시 정도에는 도착하는 게 여유로울 듯하다.



하코네 여행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왔다. 오다이바 야경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 늦는 바람에 포기했다. 매끄럽게 완벽한 백 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자잘한 사건·사고로 롤러코스터 같은 매력에 추억은 더 짙다. 그래서 모녀 삼대는 또 떠나기로 했다. 다음은 오키나와다.



정보제공Get About 트래블웹진
제주레이

겁없고 새로운 것 좋아하는 여행에 최적화된 여자 제주도에서 '제주감각'이라는 여행서를 만들었고, 이제 섬 밖으로 자주 나가는 Next 세계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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