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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와 오사카, 간사이 여행법

교토와 오사카, 간사이 여행법

교토, 오사카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에어비앤비에 머물며, 교토에서는
하염없이 걸었고, 오사카에서는 온종일 먹었다.

정중동의 시간, 교토


교토 시가지 서쪽에 위치한 아라시야마는 교토 귀족들이 앞다퉈 별장을 지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요지야 긴카쿠지 지점은 전통 주택을 개조한 곳으로 특유의 운치가 있다


교토를 두 번 여행했지만, 두 번 다 숙소를 오사카에 정하고 다녀온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매해 벚꽃 피는 봄이나 단풍 지는 가을이면 교토에 가고 싶다고 노래 부르면서도 정작 가지 못했다. 교토는 언제나 내게 초콜릿 상자에 남아 있는 마지막 초콜릿 같은 여행지였다. 아껴두고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 먹고 싶은 맛있는 초콜릿. 마지막 초콜릿이 든상자를 드디어 개봉하는 마음으로, 단풍이 절정에 달한 지난 11월 말, 교토를 찾았다.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에 내려 교토로 이동하는 JR 하루카 열차에 올랐다. 1시간 30분만에 교토 역에 도착했다. 게이코가 공손히 손을 모으고 절을 하며 “교토에 어서 오세요”라고 한국어로 말하는 모습이 담긴 안내판을 보니, 극진한 환영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교토는 794년 헤이안쿄라는 이름으로 도읍이 된 이후 1200여 년간 일본의 수도로 화려한 역사와 문화를 꽃피운 도시다. 교토는 일본의 가장 전통적인 ‘옛것’들을 갖고 있지만 의외로 일본 내에서 교토 사람은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고 좋아한다. 교토에 처음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킨카쿠지(금각사), 긴카쿠지(은각사)같은 유명 사찰이 아닌, 교토의 민가인 ‘마치야’였다. 교토 전통 주택인 마치야는 집뿐만 아니라 상가로도 많이 이용된다. 격자창과 내부가 보일락 말락 드리워진 천이 단정하고도 신비롭다. 마치야의 입구는 좁지만 집 안쪽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꽤 넓고 깊은공간이 나오는데, 이런 점이 옛것을 보존하면서도 새것을 잘 받아들이는 교토의 이미지와 왠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자, 밖은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교토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야경을 만끽하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섰다. 가와라마치 거리에서 기온 거리 방향으로 조금 걷다보면 유유히 흐르는 큰 강줄기를 만난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할 무렵의 가모가와 강은 비현실적으로 낭만적이다. 가모가와 강은 관광객뿐 아니라 교토 사람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장소 중 한 곳이다. 강가의 상점에 불이 켜지면, 가모가와 강변은 영화 세트장처럼 변신한다. 강변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골목 어디선가 <금각사>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전혀 낯설지 않을 것 같다. 장어덮밥으로 유명한 가네쇼에서 장어덮밥을 먹고 녹차 아이스크림을 들고 천천히 강변을 거닌다.다음 날, 교토에서의 첫 아침 식사는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오래된 커피숍에서하기로 했다. 교토에는 쇼와시대(1926~89년)의 복고적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커피숍들이 많다. ‘Since 1932’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띄는 ‘스마트 커피’는 1932년 ‘스마트런치’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커피숍으로 교토 커피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붉은벽돌과 나무로 둘러싸인 실내, 반질반질한 가죽 소파, 오래된 괘종시계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3대째 직접 자가배전을 하고 있는 오리지널 블렌드 커피에서는 부드럽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커피와 함께 입에서 살살 녹는 달걀 샌드위치와 프렌치토스트로 아침 식사를 하고는 거리로 나섰다.

긴카쿠지 근처 철학의 길은 교토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로 꼽힌다


킨카쿠지, 긴카쿠지, 기요미즈테라는 교토 여행의 필수 코스다. 하지만 관광객이 몰리는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기요미즈테라를 찾았다가는 몰려든 사람들의 뒤통수에 가려 기요미즈테라 특유의 호방함을 느끼기가 힘들 듯했다. 일정 상 앞의 두 절 중에서도 한 곳만 택해야 했다. 나는 긴카쿠지를 택했다. 사찰 자체도 아담하고 아름답지만 긴카쿠지에서 난젠지까지 약 2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지는 철학의 길을 걷고 싶었다. 20세기 초반 일본에 서양 철학을 들여온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이 길을 산책하면서 사색을 즐겼다 하여 철학의 길이라 이름 지어진 이 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작은 인공 운하를 중심으로 붉게 물든 단풍이 운치를 더했다.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을 꾸준히 발표해 ‘교토의 소설가’라는 별명을 얻은 모리미 도미히코가 가장 교토다운 곳이라고 한 이유를 알것 같았다.


요지야 카페의 시그니처 녹차라테.


통창으로 가모가와 강변이 시원하게 보이는 카페 에피시


관광객을 피해 현지인처럼 한가롭게 산책하고 싶다면 한낮의 가모가와 강변을 거닐어보라. 강변에는 전망 좋은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기요미즈 고조 역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피시에서는 통창으로 가모가와 강변이 시원하게 한눈에 보인다. 2층으로 된 카페에서는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과 그릇도 판매한다. 샌드위치나 카레라이스 같은 간단한 식사 메뉴도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되도록 사람들의 손을 덜 타서,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곳이 있다. 교토에서도 그런 곳을 발견했다.


하루키의 소설 속에 나올 법한 재즈 바 야마토야


헤이안 신궁 근처 골목에 위치한 야마토야는 <뉴욕 타임스>에 소개된 재즈 바로 위스키와 커피를 마시며 재즈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파란 차양이 드리워진 회색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루키 소설에 나올 법한 아담한 바가 나타났다. 꽃무늬 벽지와 빨간 벽돌로 된 빈티지한 인테리어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한쪽 면을 가득 채운 LP와 매킨토시 앰프와 클립시혼 스피커를 보니, 제대로 된 재즈 바다 싶었다. 노부부가 40년간 운영해온 재즈 바는 낮에도 영업을 해서 음악을 들으러 오는 단골손님이 항상 있다. 대낮부터 하이볼을 한잔 마신다.



아라시야마 산책

아라시야마 메인 거리를 벗어나면 산책하기 좋은 한적한 동네가 나온다.


3~4박 일정으로 교토 여행 스케줄을 짰다면 하루는 아라시야마에서 보내기를 권한다. 교토 시가지 서쪽에 위치한 아라시야마는 귀족들이 앞다투어 별장을 지었을 만큼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찰 덴류지와 대나무 숲 지쿠린,명물 두부 가게 등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아라시야마를 제대로 보려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가게들이 이른 시간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고즈적한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평일 아침을 택해 나선다. 아라시야마에 도착하면 아름다운 나무다리 도게쓰쿄渡月橋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메야마왕이 달이 떠 있는 다리의 풍경을 보고 “달이 다리를 건너는 것 같다”고 극찬한 데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과 병풍처럼 강을 둘러싼 유려한 산을바라보니, 눈이 씻기는 기분이다. 천하의 명승이라는 찬사를 받는 덴류지에서 정갈한 모래 정원과 호수처럼 넓은 연못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이쿠(일본 고유의 단시)가 절로 나올 것 같다. 수천 그루의 대나무가 만들어낸 숲길 지쿠린까지 걷고 나니 어느새 출출해졌다. 물 좋은 아라시야마에는 다시마를 우려낸 뜨거운 육수에 두부를 넣고 가장 알맞게 익었을 때 먹는 유도후 가게들이 몰려 있다. 유명한 가게들은 한 달 전에도 예약이 꽉 차 있으니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예약해둔다. 식사를 마친 후 아라비카 커피로 향한다. 자리도 없는 작은 카페에는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라테 아트 챔피언십 2014’에서 우승한 경력의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라테가 유명하다. 아라시야마 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라테 맛은 일품이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메인 거리를 벗어난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대중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카페 사가노유와 런던 유럽 골목에서 막 옮겨놓은 듯한 헌책방 런던 북스 등, 한적한 마을에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카페와 숍까지 있어 천천히 산책하기에 좋다. 다음에는 자전거를 한 대 빌려 마을 한 바퀴를 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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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오사카

가장 오사카다운 장소, 도톤보리, 글리코 전광판이 보인다


교토에서 3일 밤을 보내고 오사카로 옮겼다. 오사카, 교토가 아닌 교토, 오사카 순으로 여행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교토에서 천년 전의 시간으로 타임 슬립을 시작해서 현재로 서서히 옮겨오는 동안 오사카는 중간 기착지로 훌륭했다. 오후 7시.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오사카다운 장소, 도톤보리로 향했다. 고급 상점이 몰려 있는 신사이바시와 달리 서민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번화가로 화려한 네온사인과 독특한 간판이 즐비하다. 오사카에 오니, 사람들 목소리 톤이 더 높아졌다. 관광객들과 밤마실 나온 현지인들이 뒤섞여 거리 전체가 흥성거린다. 에비스바시에 있는 글리코 제과점의 글리코 전광판은 이 지역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다. 전광판 앞에는 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1935년에 설치되었는데, 두 팔을 들고 결승점을 향해 달려오는 듯한 남성의 모습이 오사카의 다이내믹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돈코츠 라멘 전문점인 이치란 라멘


흔히 한국의 부산에 비유되는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 ‘먹다가 망한다’는 의미의 ‘구이다오레’라는 별칭을 가진 도시다. 오사카에서는 허기를 느낄 틈이 없다. 도톤보리에서는 오사카의 대표 음식인 다코야키, 오코노미야키, 회전초밥, 라멘, 구시카쓰 등을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오카루는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으로 현지인도 줄을 서서 먹는 곳이다. 철판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만든 후 마요네즈로 도라에몽이나 헬로 키티 그림을 그려줘 먹는 재미를 더한다. 오사카에는 길거리 간식이 차고 넘친다. 이치란 라멘은 원래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라멘 전문점으로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등에 분점을 냈다. 자판기에서 기본 라멘을 주문한 후 차슈, 달걀, 밥 등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되어 있어 혼자서도 남 신경 안 쓰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으며, 칸막이를 젖히고 일행과 함께 먹을 수도 있다.


디저트를 사랑하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케이크 가게, 고칸


온갖 아름답고 맛있는 케이크류를 맛보고 싶은 여성들이라면 고칸을 꼭 들러볼 것. 이곳 케이크를 맛보면 왜 일본에서 디저트를 건너뛸 수 없는지를 알게 된다. 커다란 쟁반 위에 담겨 있는 수십 개의 케이크 중에서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사카의 마지막 밤에는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추천해준 난바 근처의 이자카야 미쓰카케차야로 향했다. 4층으로 된 이자카야로 1, 2층의 경우 바에서 해산물을 직접 요리해준다. 다시마로 감은 대구알, 바질과 참치 소스를 뿌린 연근, 돼지고기 베이컨 꼬치 튀김과 시금치 스크램블 등 다양한 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현지인들의 회식 장소로도 인기 있다.


나카노시마 근처의 디자인 스튜디오 겸 숍, 그라프 스튜디오


오사카는 도심의 거대하고 화려한 불빛에 정신을 잃기 쉽지만 조금만 옆으로 발길을 돌리면 한적한 공원, 소소한 동네나 특색 있는 골목이 많다. 고층 빌딩이 들어선 지역을 가로지르는 강 위에 있는 나카노시마 섬의 나카노시마 공원에서는 현지인들이 한가롭게 산책과 휴식을 즐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장미정원이 색색의 장미로 덮인다고 한다. 개성 있는 숍들이 즐비한 오렌지 스트리트, 쇼와시대 복고풍 주택이 남아 있어 산책하기 좋은 나카자키초, 도자기 공방과 작은 갤러리 등이 모여 있는 예술가들의 동네 가라호리 등 정감 있는 동네를 천천히 산책해보라. 골목이 품은 정취에 취해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진다.



TravelLer’s TIP┃오사카 에어비앤비에서 머물기



오사카의 숙소는 난바 근처로 정했다. 에비스초 역에서 내려 도보로 4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호스트 유야가 보내준 약도를 참고하니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근사했다. 주택가라 조용하고, 집 앞에 편의점이 2개나 있어 편리했다. 거실과 부엌, 작은 방, 베란다, 창고도 있어 수납공간이 넉넉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부엌과 욕실이었다. 넓은 욕조가 있는 데다 화장실과 욕조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편리했다. 넉넉한 수건에 칫솔과 치약 패키지까지 구비해놓아 웬만한 호텔 부럽지 않았다. 보통 에어비앤비는 욕실 제품을 다 구비하고 있지만,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리필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여러 사람과 함께 사용하는 게 신경 쓰인다면 개인적으로 준비하면 된다. 현대적인 설비와 기기를 갖춘 부엌은 깔끔하면서도 기본양념과 조리 기구, 그릇 등을 다 갖추고 있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요리 실력을 뽐낼 만했다. 일본에서는 마트가 아닌 편의점에서도 웬만한 음식과 기본 반찬을 구매할 수 있다.

아파트 근처 편의점에 가서 다음 날 아침 먹을 음식들을 사왔다. 그리고 다음 날, 명란 오니기리와 야키 소바, 샐러드 등으로 지극히 일본스러운 아침 식사를 즐겼다.

저녁에는 호스트가 추천해준 난바 근처의 이자카야로 갔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집 근처 즐길 만한 곳을 물으면 현지인들이 잘 가는 스폿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숙소 제공자일 뿐 아니라 그 도시의 가이드 역할도 하니, 호스트의 “언제든 궁금한 사항은 질문해달라”는 메시지를 지나치지 말 것. 쪽지나 휴대전화 메시지로 궁금한 사항을 문의하면 바로 답을 해준다. 후기는 보통 손님이 남기지만 호스트도 손님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에어비앤비가 호텔보다 좋은 점은 현지인들의 주거 문화를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에어비앤비는 여느 나라처럼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좁은 공간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일본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다음번에는 다다미방이나 마치야를 빌려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6년 2월호>
에디터 여하연
취재 협조 에어비앤비 www.airbn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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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16.06.05 수정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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