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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쾌락의 섬

오픈에디터 더트래블러님이 제공하신 여행정보입니다.

홍콩, 쾌락의 섬

홍콩은 관능적인 것들로 이루어진 열락의 섬이다.
먹을 것과 입을 것,즐길 것이 넘치는 섬에서 지구멸망을 앞둔 인류처럼 후회없이 먹고 놀다왔다.

Dining

홍콩의 새 맛



IFC몰의 시티 슈퍼City Super에서 30분째 빈 카트를 끌고 방황했다. 찾는 물건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시티 슈퍼는 전 세계의 기호 식품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없는 물건을 찾는 것이 더 힘들다. 나는 그저‘세계의 과자’를 맛보는 게 취미인 열일곱 살 남동생에게 홍콩 과자 한 봉지를 쥐여줄 생각이었다. 홍콩 과자-홍콩 기업이 홍콩에서 만든 과자-라고 생각해서 집으면 중국이나 일본 과자였다. 구글이 “홍콩은 아시아에서 스낵의 양과 종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아시아 지역의 과자류 시장 개척을 위한 신상품 출시 및 테스트 지역으로 활용된다. 홍콩 소비자들은 먹을거리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하고 많은 종류의 수입 스낵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홍콩 내 주요 업체로는 홍콩의 대표 과자 브랜드인 가든Garden사가 있다.…”라고 말해주기 전까지 홍콩의 로컬 스낵 브랜드가 그렇게 적은 줄 몰랐다. 사실 홍콩에서는 홍콩 음식과 세계의 음식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한’ 홍콩 사람들의 습성은 세계적인 셰프들을 이 작은 섬으로 향하게 했다. 홍콩의 셰프들은 훌륭한 ‘마루타’를 상대로 새로운 요리와 콘셉트를 실험하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경험한다. 오대양 육대주에서 온 신선한 재료들은 ‘다이닝 격전’을 치르고 있는 셰프들을 승리로 이끌어줄 총알이다. 지금 이 도시에는 피에르 가니에르, 조엘 로부숑, 알랭 뒤카스 같은 세계적인 스타 셰프들이 미슐랭의 별을 얻거나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달리고 있다.

올해 미슐랭으로부터 별을 획득한 레스토랑 리스트를 보면 현재 홍콩 다이닝 신의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 포시즌스 호텔의 프렌치 식당 카프리스Caprice, 중식당 렁킹힌Lung King Heen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개의 별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3스타로 새롭게 등극한 조엘 로부숑의 프렌치 레스토랑 ‘아틀리에L’Atelier de Joel Robuchon’와 움베르토 봄바나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8½ 오토 에 메조 봄바나8½ Otto e Mezzo-Bombana’는 미슐랭의 심사 기준에 변화가 불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슐랭 심사단이 클래식보다는 캐주얼에, 격식보다는 실용에 손을 들어줬다는 평이다. 이제 ‘미슐랭 3스타’라고 해서 공식 만찬에 참석한 정·재계인처럼 옷차림이나 애티튜드에 힘을 줄 필요가 없다. 2012년, 홍콩에는 4곳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비롯해 10곳의 2스타 레스토랑, 48곳의 1스타 레스토랑이 전성기의 영화를 누리고 있다.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별들의 전장에서 성찬을 만끽하고 왔다. 홍콩에서 받은 식탁은 ‘내일 죽는 이가 오늘 먹고 싶을’ 음식으로 손색없을 만큼 찬란했다. 별의 개수, 유무가 맛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아서 더 흥미로웠던 나날의 자취들.

“먹을거리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한 홍콩 사람들의 습성은 세계적인 셰프들을 이 작은 섬으로 향하게 했다. 홍콩의 셰프들은
이 훌륭한 ‘마루타’를 상대로 새로운 재료와 콘셉트를 실험하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경험한다.”



움베르토 봄바나 8½ Otto e Mezzo-Bombana, 3 STAR

애피타이저, ‘회향 꽃가루를 뿌린 참치 타타키’.


캐주얼한 인테리어의 8 1/2오토 에 메조.


봄바나의 저장고에는 전 세계에서 공수한 식재료가 보관되어 있다.


홍콩의 파인다이닝에 정통한 미식가에게 움베르토 봄바나Umberto Bombana는 친숙한 존재다. 봄바나는 홍콩 이탤리언 다이닝의 독보적인 아이콘이었던 리츠칼튼호텔 ‘토스카나Toscana’의 수석 셰프였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봄바나는 캘리포니아, 보스턴, 오사카, 서울, 싱가포르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의 이탤리언 다이닝과 크리스털 심포니 크루즈 다이닝, 유나이티드항공의 기내식을 컨설팅해왔다. 이탈리아가 자국 요리의 명예를 드높인 움베르토 봄바나에게 ‘The Best Italian Chefin Asia’의 영예를 안겼을 때 그의 전성기는 정점을 찍었다. 정점을 찍은 후에도 봄바나의 거침없는 행보는 계속됐다. 2008년 1월, 리츠칼튼호텔의 리뉴얼로 토스카나가 문을 닫자 그는 오랜 숙원이었던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준비한다. 2010년 새해 첫날, 센트럴의 알렉산드라 하우스에 둥지를 튼 이탤리언 다이닝 8½ 오토 에 메조 봄바나는 오픈 11개월 만에 미슐랭으로부터 2개의 별을 수여받는 쾌거를 이룩했다. 1년 후, 미슐랭은 이 레스토랑에 1개의 별을 더 선사했다.

현재 8½ 오토 에 메조 봄바나는 이탈리아 밖에 있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중 유일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다.봄바나가 취재팀을 위해 내놓은, 송로버섯을 아낌없이 투척한 ‘홈메이드 탈리올리니Homemade Tagliolini’의 특별한 맛을 설명하려면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이탈리아의 한 경매장에 송로버섯 중에서도 최상급 상품으로 알려진 ‘화이트 트러플’이 등장해 화제가 됐었다. 16만 달러(1억5천만원)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이 매겨진 1.5킬로그램짜리 흰 송로버섯은 홍콩의 한 재산가에게 팔렸다. 그 버섯으로 만찬을 즐기기 위해 재산가가 찾아간 사람이 바로 움베르토 봄바나다. 그는 ‘화이트 트러플 대사’까지 지낸, 세계에서 송로버섯을 가장 잘 다루는 셰프로도 유명하다.

‘회향 꽃가루를 뿌린 참치 타타키Seared Maguro Tuna with Fennel Pollen’와 ‘홈메이드 탈리올리니’, ‘말라가의 야생 딸기Malaga Wild Strawberry’를 차례로 ‘석션’한 후 황홀한 표정으로 봄바나와 마주 앉았다. 대가 앞에서, 그가 이룩한 경지와 어울리는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의도와 달리 원초적인 단어만 튀어나왔다. “어쩜 이렇게 맛있죠? 도대체 음식에 무슨 조화를 부리는 거예요?”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보다 더 호들갑스럽고 유쾌한 봄바나는 주저없이 답했다. “내 요리에는 ‘콤비네이션’이 없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어우러지게 하는 것은 제가 추구하는 요리가 아니거든요. 검은 송로버섯 파스타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는 오직 송로버섯뿐이에요. 그 단 한 가지 재료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가장 단순한 조리법으로 요리를 완성하죠. 당신이 파스타를 다 먹었을 때 당신의 혀가 기억하는 건 송로버섯의 맛뿐일 거예요.” 근 20년간 봄바나의 주요 베이스는 홍콩이었다. 도대체 홍콩의 무엇이 이 환상적인 요리를 만드는 셰프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걸까? 그가 서울을 ‘다음 거점’으로 삼았으면 하는 흑심에서 ‘왜 홍콩을 떠나지 않는지’ 따지듯 물었다.

“재료 때문이지요. 홍콩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식재료들이 몰려드는 곳이에요. 호주의 소, 일본의 참치, 한국의 딸기…. 셰프로서 욕심을 내고 싶은 원하는 모든 식재료들이 이 도시에 있어요.” 나는 왜 식재료 자급자족률이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홍콩이 도쿄에 이은 ‘미식의 도시’로 군림하고 있는지 궁금했었다. 봄바나의 대답은 곧 도쿄를 위협할 홍콩 다이닝의 미래를 예언하는 듯했다.

  • LOCATION Level 2, Shop 202, Landmark Alexandra, 18 Chater Rd., Central, Hong Kong
  • TEL +852-2537-8859
  • WEB www.ottoemezzobombana.com



와펑

가끔은 고깃덩어리의 기름진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와펑Wah Fung은 단백질과 지방으로 온몸을 채우고 싶은 육식가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창가에 샹들리에처럼 걸린 적색 살코기 덩어리와 중국식 소시지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준다. 홍콩식 광둥 요리의 정수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보고자 하는 이에게 추천한다. 우리나라의 족발처럼 슬라이스해서 밥에 얹어주는 오리구이가 베스트셀링 메뉴. 육식과 광둥식 요리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서양식 브런치를 곁들여 타협할 수 있다.

  • LOCATION 112-114 Wellington St, Central, Hong Kong
  • TEL +852-2544-3466



타이핑 쿤

타이핑 쿤Tai Ping Koon은 1860년 광저우에서 최초로 문을 연 서양식 레스토랑이다. 홍콩의 완차이점은 1937년에 문을 열었다. 알려질 대로 알려진 곳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홍콩 파인다이닝 신에서 잊힌 지 오래다. 홍대에 새로 생긴 ‘타파스 바’보다 1966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라칸티나’ 같은 곳을 더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들러볼 만하다. 창립자의 3대손이 가업을 이어받아 홍콩의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명소를 잘 지키고 있다.포르투갈 식으로 만든 비둘기구이와 스위스 소스에 푹 재운 닭날개 요리가 스테디셀러.




코바

하버시티는 스위츠 메카라고 해도 손색없다. 프랑스의 아네스베 델리시스, 장 폴 에벵을 비롯해 벨기에의 고디바, 드베이유, 레온다스, 이탈리아의 벵키와 코바, 일본의 로이스와 같은 브랜드 숍이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그중 코바Cova는 1817년 밀라노에서 시작해 200여 년가량 전통을 이어온 카페&베이커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홍콩 배우 장국영이 살아생전에 즐겨 찾던 곳이기도 하다. 허기까지 든든히 채울 수 있는 ‘애프터눈 티뷔페’ 타임을 즐기려는 손님들로 늘 붐빈다.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재료로 만들어 케이크, 쿠키, 샌드위치 등의 맛이 고급스러우면서 자극적이지 않다. 단품만 먹을 계획이라면 코바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티라미수를 선택할 것.

  • LOCATiON 3-27, Canton Rd., Tsim Sha Tsui, Hong Kong
  • TEL +852-2907-3882
  • WEB www.cova.com.hk



라이칭싱,YUE,1STAR

유에의 헤드 셰프 라이Lai는 생선과 새우, 크랩으로 구사할 수 있는 광둥 요리의 끝을 선보인다. 포멜로(그레이프프루트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단맛이 나는 과일) 소스를 곁들인크리스피 새우, 달걀흰자와 생선살 위에 송로버섯 소스를 곁들인 푸딩 스타일의 애피타이저,차이니스 옐로 와인에 재운 차가운 전복, 돼지고기 힘줄과 생선 위를 넣고 두 번 끓인 아몬드수프 등 홍콩 어디에서도 같은 맛과 모양을 찾을 수 없는 크리에이티브한 딤섬을 만든다. 해독없이는 이해조차 잘 안 되는 이 창의적인 요리들은 2010년 홍콩관광청이 선정하는 ‘2010Best of the Best Culinary Awards’ 생선, 새우, 게 부분에서 유에에게 금메달을 안겼다. 이후 유에는 홍콩 파인다이닝의 중심지인 센트럴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노스 포인트NorthPoint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식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2011년 12월,홍콩관광청이 수여한 영예에 이어 유에에 또 다른 경사가 겹쳤다. ‘홍콩 마카오 미슐랭 가이드 2012’에 이름을 올린 것.

분주한 주방의 열기가 채 식지 않아 붉어진 얼굴로 연회실에 나타난 셰프 라이는 예상과 다른 외양이었다. 이 세련되고 모던한 디자인의 요리를 만드는 셰프라면 젊거나, ‘외국물’을 먹은 티가 물씬할 거라 예상했다. 우직한 정통 광둥 요리를 선보일 것 같은 저 투박한 손에서 인형 같은 딤섬, 캔디 컬러의 생선 푸딩이 탄생할 거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주방과 시장이 아닌 곳에서는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은 그에게 ‘창의 유발 요인’을 물었다. “여행을 갑니다. 새로운 식재료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좋아하거든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버섯이나 생소한 채소류, 그리고 모든 ‘신선한’ 재료들을 낱낱이 기억했다가 홍콩에 돌아와서 다시 구합니다. 재료의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그 재료로 구현할 수 있는 ‘홍콩의 맛’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이 저의 일이지요.”

일반적인 사람들이 미처 식재료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소재들은 라이의 요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는 재료의 독창적인 활용과 함께 본연의 신선한 맛을 보존하기 위해 보관하고 조리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했다. 약 30년 동안 중국 본토, 싱가포르, 타이완 등지에서 활동한 라이가 시티 가든 호텔의 시그니처 다이닝 유에에 합류한 건 지난 2010년. 그가 정착한 해에 유에에 상복이 잭팟처럼 터지기 시작한 건 우연이 아니다. 정확히 내가 산 햇수만큼 외길을 걸어온 명장에게 요리 철학을 물었을 때 나는 무릎을 탁 치지 않고는 못 배길 대답을 기대했다. 그러나 어떤 질문에도 라이의 대답엔 정도를 비켜나가는 내용이나 개성 넘치는 말이 없었다. ‘라이는 요리를 할 때 조리 시간을 엄수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쓴다’라든지, 미슐랭의 별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에’와 같은 모범 답안 - 흥미로운 인터뷰 기사에는 하등 쓸모가 없는 말들이었다.- 를 내놓았다. 유에에서 내놓는 딤섬에 ‘퓨전’, ‘창작’, ‘변형된’과 같은 수식어가 붙어도 정통의 깊은맛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 기본 앞에서 타협하지 않는 라이의 우직한 고집 때문이라는 것을 그가 만든 요리를 다 먹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 LOCAION 1/F, City Garden Hotel, 9 City Garden Rd., North Point, Hong Kong
  • TEL +852-2806-4918
  • WEB www.sino-hotels.com/CityGardenHotel/en/ DiningandEntertainment/Yue.aspx



록차티하우스

홍콩 공원에 들어서면 콜로니얼풍의 고풍스러운 화이트 하우스가 눈에 띈다. 록차 티 하우스Lock Cha Tea House는 한국, 일본과 구별되는 홍콩 스타일의 다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60여 종에 달하는 녹차와 함께 만주출신의 셰프가 만드는 채소 딤섬과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약1시간 코스의 다도 수업을 들으면서 차를 즐기고 싶다면 미리 예약할 것. 애프터눈티와는 다른 홍콩 전통의 차 문화를 경험 할 수 있다.

  • LOCATION The K.S. Lo Gallery, Hong Kong Park, Admiralty, Hong Kong
  • TEL +852-2801-7177
  • WEB www.lockcha.com



라이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딤섬 요리.


시티가든 호텔에 위치한 딤섬 레스토랑 유에의 내부 전경.


홍콩관광청과 미슐랭 심사단을 매혹시킨 유에의 시그니처 애피타이저.





ART

예술, 홍콩의 미래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몰려 있는 센트럴 지구.
야트막한 언덕으로 이루어진 애버딘 스트리트Aberdeen St.에는 독일, 한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다.


홍콩 곳곳에서 만나는 전 세계의 현대미술.


미국의 자선사업가 록펠러 3세가 설립한 비영리 단체,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공간. 버려진 화약 창고였던 이곳은 지난 2월 갤러리와 극장으로 새롭게 리모델링 됐다.

여행자가 홍콩에 머물고자 하는 기간은 며칠일까? 통계에 의하면 홍콩을 찾는 여행자의 대다수가 약 3일간 이 도시에 머물다가 떠난다. 억눌렀던 식욕과 소유욕을 마음껏 방임할 수 있는 미식과 쇼핑의 낙원에서 3일은 먹고 노는 데에만 보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뉴욕이나 파리, 런던에서는 기꺼이 미술관을 찾던 여행자들이 유독 홍콩에서는 갤러리나 미술관 방문을 뒷전으로 밀어놓는 이유다.

중국 출신 아티스트들의 활약과 함께 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홍콩 정부는 ‘넥스트 홍콩’을 완성할 키워드로 ‘예술’을 선택했다. 지난 5월에 열린 ‘2012 홍콩 아트 페어’는 미술 경매의 중심 거점인 뉴욕과 런던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홍콩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시간이었다. 지리적 위치와 언어, 정책은 ‘예술의 도시 홍콩’을 만드는 데 돕는 손이 되어주고 있다. 동남아와 동북아의 중간 거점이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도시 안팎에서 유통되는 모든 재화에 ‘면세’의 축복이 허락되는 나라. 홍콩이 아시아 예술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할 이유란 없다.

중요한 건 현재보다 더 찬란할 미래다. 센트럴 맞은편, 시주룽 반도의 메마른 땅은 곧 유례없는 세계 최대의 예술섬으로 변모될 예정. 홍콩 정부는 무려 28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투자해 ‘시주룽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이하WKCD)’를 조성하고 있다.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South Bank Center의 대표를 역임했던 마이클 린치의 지휘 아래 노먼 포스터의 디자인으로 완성될 WKCD는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과 비견될 M+미술관과 다목적 전시장, 콘서트홀과 광둥오페라극장 등 15개의 다양한 공연장이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그에 앞서, 홍콩의 사라져가는 근대를 ‘예술’로 승화시킬 ‘CPS(Central Police Station) 프로젝트’도 눈여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 홍콩의 노른자 소호 지역의 한 블록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홍콩 최초의 경찰서를 문화 예술 공간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다. 본청과 감옥을 포함한 19개의 낡은 건물은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와 드 뫼롱에 의해 재정비돼서 2014년에 새 얼굴을 드러낼 예정이다.

홍콩 아트 신scene의 다이내믹한 진보는 그에 못지않은 격변의 시간을 겪고 있는 서울라이트 Seoulite 에게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나는 오랜 식민지 생활로 예술의 역사와 저변이 지극히 얄팍한 홍콩이 단숨에 낚아챈 그 영광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여행자들처럼 내게 허락된 시간도 나흘뿐이었다. ‘아트 시티 홍콩’의 흐름은커녕 분위기를 감지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턱없이 부족했다. 속성 과외를 위해 홍콩 아트의 지금을 적나라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센트럴 Central로 향했다. 소호Soho와 할리우드 로드 Hollywood Rd.를 빈틈없이 메운 크고 작은 갤러리들의 윈도는 내가 서 있는 곳의 지명을 망각케 했다. 한 집 건너 베를린, 두 집 건너 뉴욕, 한 블록 건너 런던의 컨템퍼러리 아트 워크가 창문 밖으로 존재감을 뿜어냈다. 3~4평 남짓한 갤러리를 분주히 들락거리는 동안 ‘홍콩에서는 시간이 부족해서 갤러리를 뒷전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다’는 핑계가 완벽한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좁디비좁은 이 도시에는 미술관과 갤러리가 시내 한복판, 쇼핑몰과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금싸라기 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홍콩에서 ‘예술의 여정’을 경험하고 싶을 때 쇼핑이나 미식을 제쳐둘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잘나가는 홍콩 덕분에 머나먼 런던과 뉴욕까지 가지 않아도 세계 미술의 흐름, 떠오르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지척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도시에는 미술관과 갤러리가 시내 한복판, 쇼핑몰과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금싸라기 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홍콩에서 ‘예술의 여정’을 경험하고 싶을 때 쇼핑이나 미식을 제쳐둘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Gallery GUIDE

오사지 갤러리 소호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는 ‘홍콩의 아이덴티티’를 깊이 느끼고 싶다면 홍콩 아티스트를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사지 갤러리Osage Gallery는 홍콩 내에서도 자국 아티스트의 작품을 많이 선보이는 갤러리로 유명하다. 진지하고 심층적인 관람을 하고 싶다면 쿤통Kwun Tong에 위치한 오사지 갤러리로, 쇼핑하는 길에 가볍게 경험하고 싶다면 소호에 위치한 오사지 갤러리로 향하자. 상업적인 ‘화랑’의 성격이 강한 소호 지점에서는 젊은 홍콩 아티스트들의 재기발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LOCATION 45 Caine Rd., Lower Ground Shop 1, Corner Old Bailey St, Soho, Central, Hong Kong
  • TEL +852-2537-0688
  • WEB www.osagegallery.com



파라 사이트 아트 스페이스

홍콩 컨템퍼러리 아트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96년에 문 연 이래로 홍콩 내 아티스트와 큐레이터 사이에서 ‘홍콩 예술계를 대표하는 대안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비주얼 아트, 설치미술 등을 선보인다.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규모 때문에 찾기가 힘들 수도 있다. 할리우드 로드의 서쪽 끝자락으로 계속해서 걷다 보면 간판이 보인다. 작품과 함께 갤러리의 독창적인 공간 활용도 눈 여겨볼 것.

  • LOCATION G/F, 4, Po Yan St Sheung Wan, Central, Hong Kong
  • TEL +852-2517-4620
  • WEB www.para-site.org.hk



K11

아트 쇼핑몰’이라는 야심 찬 타이틀을 걸고, 2009년 12월에 오픈한 쇼핑센터. K11의 회장 에이드리언 청의 컬렉션과 홍콩, 해외의 힙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쇼핑몰 안팎에서 전시한다. 3개월마다 주제와 컬렉션을 바꾸는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인다. 8월 안으로 홍콩을 찾을 계획이 있다면 K11의 수문을 지키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영 킴young Kim의 설치미술 작품 슈트맨SUITMAN을 만날 수 있다. 지하 1층의 갤러리에서는 디자이너 부창조, 최림, 프로듀서 김나나, 피규어 디자이너 강인애와 황찬석, 마케팅 디렉터 여준영 6인으로 이루어진 창작집단 ‘스티키 몬스터 랩’의 작품과 비주얼 아트가 한창 전시 중이다.




캐틀 디포 아티스트 빌리지

1908년부터 1999년까지 도축장으로 사용됐던 공간을 아티스트 빌리지로 개조한 곳. 20여 개의 예술 단체와 아티스트의 개인 작업실이 들어서 있다. 홍콩의 대표적인 예술 집단과 갤러리, 아티스트의 레지던시 스튜디오가 선보이는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건물로 등재된 까닭에 공간 활용이 자유롭지 않다는 애로점이 있다. 전시가 없으면 내부를 개방하지 않으므로 찾기 전에 전시 일정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캐틀 디포 아티스트 빌리지가 있는 마타우 콕 로드Ma Tau Kok Rd.에서 변질되지 않은 홍콩의 근대 풍경을 만나는 재미도 함께 누릴 것.

  • LOCATION Unit 14, Cattle Depot Artist Village, 63, Ma Tau Kok Rd., To Kwa Wan, Kowloon
  • WEB www.oneaspace.org.hk



Trekking

라마 섬, 홍콩의 오아시스

내가 라마 섬Lamma Is.에 서 있던 시각은 오전 11시, 습도가 80퍼센트에 육박하고 기온은 30도를 가뿐히 넘겼던 6월 말쯤이었다. 홍콩 사람들이 가벼운 트레킹을 하기 위해 즐겨 찾는 이 작은 섬을 나 역시 ‘가벼운 산책’이나 즐길 요량으로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인간과 먹을 것, 입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으로 꽉 찬 홍콩 섬과 구룡반도로부터 도망치고싶은 마음이 더 컸다. 센트럴에서 출발한 페리가 용수완 Young Shu Wan에 도착했을 때 우도처럼 한적한 라마 섬의 인구밀도, 건축물 밀도에 쾌재를 불렀다. ‘오길 잘했어!’란타우 섬과 홍콩 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면적을 자랑하는 라마 섬은 규모답지 않게 소박한 정경과 순박한 시골 정서로 무장한 어촌이다. 섬에 들어서면 홍콩에 사는 유럽인들이‘페리 타고 40분’이라는 번거로운 수고를 감수하고 이곳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를 금세 이해하게 된다. 실제로 약 1만 명가량의 로컬들이 낮에는 섬을 비우고 밤에는 배를 타고 돌아오는 이중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라마 섬의 속살을 만져보는 길은 하나뿐이다. 용수완과 속쿠완Sok Ku Wan을 잇는 길에는 개미 걷는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한 어촌 마을과 해수욕과 태닝을 즐길 수 있는 홍씽예비치 Hong Shing Yeh Beach가 있다. 물빛이 동남아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홍콩에서 맨몸으로 거리낌 없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데에 의의를 둬야 한다. 오른쪽맨 끝에 앉은 사람이 애인에게 속삭이는 말을 왼쪽 맨 끝에 앉은 노인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해안선이 짧고 아담하다. 그 틈에 섞여서 ‘한여름 땡볕 아래 트레킹’ 일정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지만 본분을 망각할 순 없으므로 욕망을 억눌렀다.

마을 어귀에서 라마 섬 토박이로 보이는 노인이 직접 쒀준 두부 요리 디저트로 당분을 보충하고 트레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스텐하우스 산 Stenhouse Mt.으로 향했다. 라마섬 중앙에 위치한 스텐하우스 산은 사실 산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 고도다. 그러나 가만히 서 있어도 열불이 오르는 기온과 습도 아래서 해발 353미터 높이의 산을 오르는 일은 (과장을 조금 섞어서) 지리산 노고단 등정처럼 수고롭고 힘겨웠다. 트레일이라고 해봤자 슬리퍼를 신고 걸어도 될 만큼 곱게 포장된 길이었지만 오고 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분노-‘누가 이 길을 걷자고 했지?’라고 남 탓하는 게 분명한 얼굴-가, 겨드랑이엔 땀이 흥건했다. 나 역시 그 무리들이 느끼는 감정과 멀지 않은 곳에서 씩씩대며 길을 걸었다. 간청하건대, 당신이 평소에 운동이라고는 숨 쉬기가 전부인 사람이라면 7월과 8월에는 트레킹을 자제하길 바란다. 지난해 겨울, 란타우 섬의 드래건스 백 트레일Dragon’s Back Trail을 걸은 정다운 전 트래블러 편집장의 조언 -“홍콩에서 트레킹을 즐기려면 10월에서 3월 사이에 가야 한다. 한여름에는 습도가 85퍼센트 이상을 기록하고 기온은 35도가 넘어 트레킹이 어렵다. 최적기는 겨울로 기온은 20~25도 사이. 습도도 낮다.”-은 진리였다. 물론 흘린 땀의 양과 희열의 정도가 비례하는 마조히스트라면 반드시 여름에 걸으시길! 스텐하우스 산 정상에 오르면 피크 타워나 IFC몰의 전망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망을 만난다. 오르면 오를수록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도 낮아져서 정수리에 몰린 열기도 식혀준다. 무엇보다 홍콩 섬과 구룡반도의 숨 막히는 마천루에 가려진 하늘을 이곳에서는 방해 없이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

2시간 30분 동안 아지랑이를 벗삼아 하염없이 걷다 보면 홍콩 배우 주윤발의 사진이 붙은 작은 집이 나온다. 라마 섬이 트레킹 코스로 유명세를 타기 전에, 이곳은 ‘주윤발의 고향’으로 더 유명했었다. 섬 곳곳, 그가 방문했던 식당과 잡화점마다 사진과 사인이 훈장처럼 붙어 있다. 재산이 9억 홍콩달러(한화 약 1천3백40억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즐겨 타는 그의 소탈한 성품과 라마 섬의 기운은 형제처럼 닮아 있다. 바다를 관장하는 신 ‘틴하우’를 모시는 사원을 지나면 속쿠완 터미널까지는 해산물 식당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가이드북을 손에 쥔 여행자들의 십 중 구는 ‘레인보 레스토랑’을 찾는다.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에게 페리까지 태워주는 잘나가는 맛집이다. 홍콩의 ‘양식장’ 역할을 하는 라마 섬의 신선한 해산물로 조리한 요리는 땡볕 아래서 걷던 시간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줬다. 기름에 튀겨져도 여전히 탄력을 잃지 않는 새우의 차진 속살, 감칠맛나는 간장 소스를 온 힘 다해 흡수한 바지락의 통통한 살점이 황홀한 위로를 선사했다. 홍콩에 와서 먹는 얘기로 시작해 먹는 얘기로 끝을 맺는 뻔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이렇게 됐다. 홍콩에서는 어디를 가든 몸과 마음이 살찐다.



홍콩 디즈니랜드

지난 7월 14일, 홍콩 디즈니랜드에 새로운 어트랙션이 공개됐다. ‘그리즐리 걸츠’는 현재 대규모로 확장 중인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설계된 테마 공간이다. ‘빅 그리즐리 마운틴 런어웨이 탄광열차’를 타고 난폭하기로 소문난 그리즐리 곰-모형-들의 공격을 받으며 질주하다가 실제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걸츠온천’을지나골드러시시절 미국 서부를 재현한 마을에 당도하는 여정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11월에 오픈한 ‘토이스토리 랜드’ 섹션과 함께 홍콩 디즈니랜드를 흥미로운 놀이터로 만들어줄 효자 공간이다.

  • LOCATIOn Hong Kong Disneyland, Lantau Is., HongKong
  • TEL +852-1830-830
  • WEB park.hongkongdisneyland.com



시티가든 호텔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노스 포인트North Point에 위치해 주변이 조용하다. 코즈웨이 베이나 완차이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은 것이 정점. 일반 주택가에 들어선 지리적 특성상 호텔 주변에 대형마트와 편의점, 각종 상점이 위치해 있는 것도 편리하다. 비즈니스 호텔답게 전 객실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된다. 올해미슐랭으로부터1개의별을 부여받은 딤섬 레스토랑 ‘유에’와 호텔 메인 다이닝의 런치 뷔페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 LOCATION 9 City Garden Rd., North Point, Hong Kong
  • TEL +852-2806-4090
  • WEB www.sino-hotels.com/ CityGardenHotel



홍콩 공원

센트럴의고층빌딩숲한복판,삭막한 도시 홍콩 섬의 허파가 되어주는 공간. 약 7만 9338제곱미터(2만4000평) 부지 위에 세워진 공원 안에는 나무 그늘 아래, 호숫가 곁 곳곳마다 오래 앉아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다. 살인적인 땅값으로 유명한 센트럴 한복판에 이런 녹지가 있다는 것은 경이에 가깝다. 공원의 조경을 보면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홍콩 공원에 들인정성을가늠할수있다.대형 온실과 다기문물관, 야외 결혼식장이 있어 주말이면 볼거리도 풍성해진다. 빅토리아 피크트램 정거장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 LOCATION 19, Cotton Tree Drive, Central, Hong Kong
  • WEB lcsd.gov.h



<2012년 8월호>
에디터 류진
포토그래퍼 백지현
취재 협조 홍콩관광진흥청 www.discoverhongkong.com/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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