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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팁

[정보&팁] 오사카 산책하기 좋은 동네들
2017.02.14 11:23 조회수 8,939 신고

오사카 산책하기 좋은 동네들

 

거리에서 만난 풍경들 먹고 마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도시는 걷기에도 좋다. 맛집은 인파를 모으고, 인파는 그 거리를 키운다. 오래된 상점 거리부터 불야성 같은 유흥가까지,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쉼 없이 이어진 일주일간의 오사카 산책기.

 





덴진바시스지는 총 7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매 입구마다 독특한 장식이 눈에 띈다.


거리에서 만난 각종 구시가쓰.


쓰텐카쿠 전망대로 가는 길.


신세카이의 명물 중 하나는 커트 요금이 700엔인 오래된 이발소. 역시 전통 서민가답다.

옛 상점가를 걷는 시간 덴진바시스지 & 신세카이
아무리 먹는 데 정신이 팔려도 여기만은 꼭 가보 자, 미리 결심해둔 거리가 있었다.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채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허리 숙이는 고급 요정 안주인이 아니라 땀에 전 소맷자락을 걷어붙이며 “어서 오십쇼!”를 외치는 지극히 대중적인 상인들의 거리. 막 기름에서 건져 올린 닭튀김 과 촌스럽도록 화려한 간판, 그 아래 열심히 쌓아올린 작고 색이 진한 물건들까지. 오사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수선하지만 활기 넘치고 투박 하지만 정감 있는 옛 상점가의 풍경에서 시작하곤했다. 덴진바시스지天神橋筋를 찾은 건 늦은 오후, 몰아치듯 끝낸 식당 취재로 더는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을 때까지 잔뜩 배를 채운 뒤였다. ‘일본에서 가장 긴 상점가’라는 수식어답게 도무지 끝이 보이 지 않는 2.6킬로미터의 거리가 배부른 여행자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기타 구에 위치한 덴진바시스지는 오사카 최대 규모의 상점가다. 아케이드를 따라 이어진 7개의 직선 구간에 무려 600여 곳의 점포가 자리하는데, 식료품점과 잡화점, 식당과 카페, 의류 매장과 도구점이 뒤엉켜 독특한 공간미를 자아낸다. 중간중간 쉬어 갈 만한 게임센터도 있고, 사방에서 각종 이벤트도 잦았다. 특히 남북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상점가를 완주하는 이에게 증정하는 완보 상장은 오사카인들의 비범한 상술을 보여주는 좋은 예. 대형 할인매장에 밀려 조금씩 설자리를 잃어가는 전 통시장이 아직까지 이 도시를 지배하는 이유이기 도 했다. 완보 상장을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덴만구天滿宮 사무소에서 증정서를 받아 상점가의 시 작과 중간, 끝 지점에서 도장을 찍은 뒤 지정된 상 가에 내면 된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오사카의 오후는 금세 끝이 보였지만, 아득하도록 길고 긴 이거리는 좀처럼 고요해질 줄을 몰랐다. 다음 날엔 덴진바시스지보다 더 예스럽다는 오사카의 전통 서민가 신세카이新世界를 찾았다. 중심부에 솟은 쓰텐카쿠通天閣 전망대를 나침반 삼아 비좁은 골목 안을 헤집자, 한결 선명해진 원색의 글자들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오래된 구시카쓰 전문점들이 사방에 뜨거운 김을 토해내는 가운데, 장기나 바둑판에 고개를 파묻은 현지인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특유의 이색적인 분위기로 수많은 일본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가 된 거리. 왜 신세카이를 가리켜 “오사카의 정수”라 말하는지 알 것 같 았다. 더딘 시간이 모여드는 옛 상점가는 여행자를 들뜨게 하는 묘한 열기로 가득했다.



가라호리에는 이런 오래된 목조 주택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칠석을 맞아 나무마다 오색 종이를 잔뜩 걸어놓았다.

진짜 쇼핑은 여기서 가라호리 & 오렌지 스트리트
몇 번쯤 일본을 여행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상 인의 집요함과 장인의 섬세함을 갖춘 일본의 작은 상점들은 늘 노골적인 ‘구매 욕구’을 불러일으킨다 는 것. 언제 어디서든 평균 이하의 물욕을 자부하 는 사람이건만, 일본에선 번번이 평정심을 잃곤 했다. 생애 첫 오사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먹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가며 매번 식당 옆의 상점들을 훑은 건, 내가 못 말리는 쇼퍼홀릭이어서가 아님을 (굳이) 밝혀둔다. 다니마치스지谷町筋 양쪽으로 카페와 공방들이 밀집한 가라호리空堀는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머물 수 있을 것 같은 동네였다. 팬케 이크 카페 ‘아트 & 스위츠 시카’를 찾아가던 길에 우연찮게 얻은 쇼핑 지도가 여정의 시작이 되었는데, 한적한 골목마다 오래된 주택들이 고스란히 남아 저마다 보석 같은 상점들을 품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의 피해를 입지 않은 드문 동네 거든요. 덕분에 1920~30년대 목조 주택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죠. 지금도 주택으로 사용되는 곳이 많지만 원래 건물을 훼손하거나 개조하는 사람들도없고요.” 가이드를 자처한 오사카관광국의 이무라 계장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잠시 배회했다. 잘 보존된 주택들 안에 소규모 공방이 모여들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라고 했다. 가라호리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복합 쇼핑 공간 렌練을 중심으로 패브릭 전문점과 가죽 공방, 초콜릿 카페와 도넛 숍 사이를 끊임없이 걸었다. 걷다가 멈추고,만지작거리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자전거라도 하나 빌려 느긋하게 구경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취재 일정 때문에 급히 이동해야 하는 순간까지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한편 호리에堀江 지역의 오렌지 스트리트Orange Street는 복합 라이프스타일 카페 ‘비오톱’을 찾다가 발견한 동네였다. 요즘 오사카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쇼핑 거리라더니, 과연 그 말이 맞았다. 로컬 디자이너 브랜드와 빈티지 숍, 카페, 수제 가구 전문점,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한 걸음 한 걸음 시야를 가득 채웠다. 한 의류 매장 벽면에 적힌 “fromJapan to The World”란 글귀를 읽는 사이, 빈티지 숍의 낡은 옷걸이들을 뒤적이는 사이,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갔다. 참고로 오렌지 스트리트는 아메리카무라アメリカ村와 지척이다. ‘오사카의 이태원’쯤 되는 스트리트 패션의 명소인데, 호젓한 산책보다는 공격적인 쇼핑을 원한다면 망설임 없이 그쪽으로 향할 것.



나카노시마의 강변에서 비교적 자주 눈에 띄는 수륙 양용 버스. 주로 여행객용이다.


나카노시마 공원으로 곧장 이어지는 다리.

강변이 주는 휴식 나카노시마

오사카의 서쪽 중심가 한복판에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도지마 강堂島川과 도사보리 강土佐堀川을 사이에 두고 약 3.5킬로미터가량 이어진 길쭉한 물고기 형태의 섬. 일본은행 오사카 지점과 시청,중앙공회당 등 과거 이 도시가 ‘대大오사카’라 불리던 시절의 흔적들이 특유의 아릿함을 자아내는 이곳은 오사카 레트로 투어의 성지인 나카노시마 中之島다. 강을 사이에 두고 현대적인 빌딩 숲과 네오르네상스 건축이 뒤섞인 나카노시마의 풍경은 과연 기묘한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헐렁한 민소매 티셔츠에 스키니 진을 입은 소녀들이 땀을 쏟으며 춤 연습을 하는 사이, 같은 색깔 기모노를 맞춰 입고 양산을 나눠 쓴 중년 부인들은 조심조심 거리를 지나갔다.어쩌면 오사카 시 전체를 통틀어 이보다 로맨틱한 데이트 장소도 없을 거라고,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커플들의 뒤통수를 보며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나를 좀 더 오래, 좀 더 열심히 이 섬에 붙잡아 세워둔 건 이토록 아름다운 복고풍의 거리가 아니었다. 섬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녹색의 아담한 공원이었다. 수백 년 된 노포, 옛 상점가의 먹거리 생각만 하고 왔다가 오사카가 서일본 최대의 도시란 사실을 깨달으며 새삼 놀라워하던 일주일간, 나는 이런 공간이 꽤 절실해졌던 모양이다. 다리를 하나씩 지나칠 때마다 짙어지는 도시의 적막에 마음이 점점 편안해졌다. 유유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줄기와 한가롭게 뱃놀이를 즐기는 여행객들, 풀밭 위에 싸온 도시락을 펼치는 연인과 손바닥만 한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미녀들이 아주 널찍하게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때마침 일요일, 오사카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장마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화창한 초여름 오후였다. “운이 좋네요. 비는 커녕 날씨가 조금이라도 흐렸다면 이 공원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했을 거예요.” 오사카 최초의 수상 공원을 품은 나카노시마 산책은 보통 섬의 양쪽 끝, 미나토 다리나 덴진 다리에서 시작된다. 오사카에 있는 800여 개의 다리 중 무려 20여 개가 섬과 연결되어 있어 산책 도중 언제든 빠져나가거나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평일에 찾으면 더 여유로운 산책이 가능하겠지만, 오사카 시민들의 휴식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면 주말 오후를 추천한다. 공원 곳곳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으니 가볍게 와인 한잔 즐기며 오사카의 야경 을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후쿠시마 역 주변에서는 일식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안주를 맛볼 수 있다.


도톤보리의 상징인 에자키 글리코사의 옥외 간판 속 마라토너. 일명 ‘글리코 아저씨’라 불린다.

오사카의 밤은 낮보다 눈부시다 후쿠시마 & 덴마 & 도톤보리
오사카가 치안 좋기로 유명하다는 건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세계 안전 순위에서 종합 3위를 차지한 도시다. 전통적인 상업 중심지라 늦은시간까지 거리를 활보하는 비즈니스맨들이 많고,그만큼 낯선 여행객들에게도 호의적인 성향을 지녔기 때문. 유독 소란스러운 나이트라이프로 유명한 오사카 산책의 백미는 그래서 ‘밤 마실’이다.맨 처음 찾은 거리는 후쿠시마福島였다. JR 후쿠시마 역을 빠져나오자 대낮처럼 환한 골목이 시야를 밝혔다. 상당한 인파가 골목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는데, 대부분 퇴근 중으로 짐작되는 직장인들이었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밤거리예요. 몇 년 사이 술집이나 식당도 늘어나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무척 많아졌죠. 걸어보면 알겠지만 골목의 풍경 자체가 먹자골목치고는 꽤 멋스러운 편이고요.”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예스런 외관과 아기자기한 간판, 세련된 인테리어를 가진 선술집들이 양쪽으로 빼곡했다. 고급 초밥집에서 가벼운 타파스 전문점, 몰트위스키 전문점에서 사케 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와 주종이 쉴 새 없이 손님들의 취향을 공략했다. 구경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지만,아쉬운 점이 있다면 거리 자체가 상당히 짧다는 것. 금세 끝나버린 밤 산책이 헛헛해 괜히 골목 앞을 서성거렸다. “그럼 좀 더 큰 야시장 쪽으로 가볼래요?” 이무라 계장을 따라 급히 자리를 옮긴 곳은덴마天 역이었다. 역 앞으로 거미줄처럼 뻗은 길이 한결 조밀하고 활기 넘쳤다. 인파의 수만큼 식당 수도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여긴 오래된 가게도 많지만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게도 많아요.맛이 없으면 절대로 장사를 할 수 없는 동네거든요.” 오사카 미식 투어 5일 차,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충분히 알 만한 시점이었다. 여정의 마지막 저녁에 다시 한 번 밤 마실을 나섰다. 이번 목적지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거리 전체를 지배하는 유흥가 도톤보리道頓堀였다. 일대의 명물인 에자키 글리코Ezaki Glico사의 옥외 판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어느 쪽을 향해도 인파가 가득했다. 현지인보다는 여행객이 압도적으로 많아 거리 전체의 물가도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다코야키 한 접시에 맥주 한잔도 없이 도톤보리를 나설 수는없는 법이다. 이색적인 간판과 내로라하는 맛집들이 구석구석 쉼 없이 이어지는 곳. 도톤보리 야경과 함께한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밤은 끝날 듯 쉬이 끝나지 않았다.

<2016년 8월호>


에디터 류현경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오사카관광국 http://www.osaka-inf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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