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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팁

[여행후기] [남자 사람 함께 호주 사진 여행] 3편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요를 덮는다.
2016.07.31 13:19 조회수 2,389 신고

이번 편은 이번 여행에는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요를 덮는다.

핵심 없는 여행과 인기 없는 사진 (2)

 

 

 

시드니 라페루즈 Sydney La Perous

케언즈 공항에서 잡지를 하나 구입한다. 

호주를 다시 오게 되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3월에 우연히 읽었던 잡지의 6월호를 시드니행 VA1418편에서 읽는다. 

커피를 마셔서 잠이 오지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한 편 본다. 

영화 후반부에서 느낀 기묘한 감정이 올라올 때쯤 

창문에는 시드니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다시 도시로 돌아왔구나' 

비행기를 나서자마자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하늘이 정말 파랗다. 

새로운 차에 타서 공항에서 라페루즈까지 

시원하고 평평한 도로를 달린다. 

이미 해는 넘어가는 중이다. 

나는 암석 지대와 들판 사이에서 잠시 고민한다. 

그리고 암석 지대로 내려가서 소녀의 얼굴과 같은 하늘색을 본다.

 

 

시드니 라페루즈 Sydney La Perous

 

 

 

시드니 라페루즈 Sydney La Perous

그림자가 무척 길다. 

그러나 이 시간은 분명 짧다. 

30분 내에 모든 빛은 사라질 것이다. 

공항보다 더 추운 라페루즈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뛰어다닌다. 

멀리 보이는 작은 실루엣들, 

큰 소리로 울어 대는 갈매기, 

아이스크림 같은 암석의 단면, 

색 노랗게 물든 지평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전부 덮어버리고 가버리는 파도, 

처음 보는 선명한 하늘의 그라데이션에서 느낀 황홀함, 

열정적인 크레인 발전소, 

무섭게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튜닝된 스포츠카, 

가로등 밑 벤치의 로맨틱함, 

구불구불 이어지는 궤적들. 

눈 깜짝할 새 저녁 시간이 된다. 

식사 전 마신 오늘의 3번째 커피는 정말 따뜻하다.

 

 


 

시드니 라페루즈 Sydney La Perous

 

 

 

캔버라 바이브 호텔 Vibe Hotel Canberra

극단적인 장면이다. 

몇 해전 남해안에서 잠깐 보았던 

아무것도 없는 도로가 몇 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유리창 가까이에 다가가서 고개를 들면 

이와는 반대로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육안으로 목격된다. 

언제 왈라비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가이드의 경고에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110km의 속도로 달리는 이 한국의 스타렉스와 같은 차량에 

몸짓이 1m 이내인 왈라비가 부딪힌다면 

틀림없이 왈라비는 죽을 것이고, 우리는 잠에서 깰 것이다. 

왈라비의 입장에서 우리는 무단 침입자이면서 살인자일 것이다. 

문득 호텔에 도착한다. 

차 밖의 차가운 공기에 깜짝 놀란다. 

시드니에서까지 버티던 반바지로는 

더 이상 무리임을 확실히 깨닫는다. 

로비로 들어서자 지금껏 달려왔던 어둡고 텅 빈 공간에 

완벽하게 상반되는 미래의 공간을 보게 된다. 

작년 홍콩 주룽반도에서 보았던 원형의 구조가 넓게 펼쳐지고 있다. 

극단적인 장면이다.

 

 


 

캔버라 바이브 호텔 Vibe Hotel Canberra

 

 

 

캔버라 열기구 Canberra Balloon

아프리카는 덥고 남극은 춥다. 

열기구라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평생 경험할 일은 없지만 간단한 원리는 알고 있는. 

바닥에 힘 없이 늘어져 있던 검은 천들이 

본래의 모양으로 서서히 부풀어 오른다. 

힘껏 뛰어 바스켓 속으로 몸을 집어넣는 순간 

보는 입장에서 보이는 입장으로 전환된다. 

20명 남짓한 인원을 모두 태우고 

안개 가득한 곳에서 건조한 초원까지 날아간다. 

우리는 지구처럼 공전하면서 자전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모두 다 볼 수 있다. 

호주의 수도는 정말 계획적으로 설계되었구나. 

멀리 보이는 풍경들을 천천히 보는 것이 충분히 좋고, 

바로 발아래 세상의 부감은 정말 매력적이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금방 익숙해진다. 

생각보다 흔들림이 거의 없어 다행이다. 

그러나 벨트 같은 것이 없어 조금은 떨린다. 

역시 남극은 춥고 아프리카는 덥지만, 

어쩌면 아프리카도 춥고 남극도 더울 수 있다.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캔버라 열기구 Canberra Balloon

 

 

 

캔버라 벌리 그리핀 호수 Canberra Lake Burley Griffin

살짝 춥고 살짝 흐리다. 

호수는 적당한 크기의 호수이며 

사람들도 적당한 것들을 하고 있다. 

나 또한 평범하게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는다. 

이 호수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시계태엽 오렌지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세그웨이 타기 전 동영상 시청을 해야 한다. 

캔버라의 벌리 그리핀 호수에서 우리는 세그웨이를 탄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앞으로 가려고 하니 가고 그만 가려고 하니 멈춘다. 

그대로 줄 지어 호수를 따라 이동한다. 

손이 많이 춥고 다리가 많이 아프다. 

다시 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차에 탑승한다. 

피곤하다.

 

 


 

캔버라 벌리 그리핀 호수 Canberra Lake Burley Griffin

 

 

 

캔버라 윈터 페스티벌 Canberra Winter Festival

그들은 나름대로 행복해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규모와 강도에 미치지는 않지만,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그 어디 하나에도 속하지 못하는 일요일 오후 2시. 

여기는 해피아워이다.

 

 


 

캔버라 윈터 페스티벌 Canberra Winter Festival

 

 

 

시드니 미세스 맥콰리 포인트 Sydney Mrs Macquaries Point

캔버라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온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피곤함을 느낀다. 

차에 오르니 졸음이 쏟아진다. 

창밖 갈색의 땅을 보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눈을 붙인다. 

휴게소를 기점으로 모두 깨어난다. 

다시 분주해진다. 

이야기의 주제는 당장 내일로 다가온 시드니 일정이다. 

어디로 가야 더 좋을까? 

어떤 동선으로 가야 겹치지 않을까? 

마지막 저녁 식사는 역시 한식이 좋지 않을까? 

정답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질문과 답변 속에서 

나는 지난주 우연히 찾아둔 코스를 머릿속으로 다시 그려 본다. 

그래! 나는 그 코스 하나면 문제없어! 

시드니에 다시 도착한 건 거의 6시. 

해는 이미 지고 없다. 

오페라 하우스를 결국엔 만나게 된다.

 

 


 

시드니 미세스 맥콰리 포인트 Sydney Mrs Macquaries Point

 

 

 

시드니 캡틴 쿡 크루즈 Sydney Captain Cook Cruise

입장과 동시에 보사노바 음악이 들린다. 

우리는 많이 붐비지 않는 일요일 저녁, 

2층 창가 쪽으로 서로 마주 보며 자리에 앉는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 그리고 디저트까지 개별로 주문하고 

마지막으로 레드 와인 한 병을 추가한다. 

사람들은 목적에 부합하는 그룹을 만들어 내일을 약속한다. 

나는 그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작가님과 아윤누나, 

하버브리지에 들릴 계획을 조율 중인 미진누나와 은정씨, 

창밖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 시연씨, 

코알라와 캥거루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소에 대해 고민 중인 호진형까지.

와인을 몇 잔 마시고 익숙한 리메이크곡을 흥얼거린다. 

3층으로 올라와 부드럽게 지나가는 하버브리지 하단의 철골을 관찰한다.

 

 

시드니 캡틴 쿡 크루즈 Sydney Captain Cook Cruise

 

 

 

시드니 센트럴, 버우드 Sydney Central Station, Burwood

이번 여행의 3번째 호텔은 트래블로지 호텔 시드니이다. 

이런 점이 좋다 또 어떤 점은 별로다 라고 말할 정도로 

큰 특징이 있는 호텔은 아니다. 

다만, 센트럴 역과 제법 가깝다는 점은 나에게 중요하다. 

커피를 조금 마시고 바로 호텔에서 나온다. 

출근하는 시민들과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갈매기들이 

역 앞 공원에 수 없이 펼쳐져 있다. 

정말 예상하지도 못한 진풍경이다! 

2층으로 설계된 시티 레인을 타고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버우드로 간다. 

길을 잃었을 때처럼 낯선 풍경을 굳이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골목에서 

눈길을 끄는 낙서가 꽤 인상적이다.

 


 

시드니 센트럴, 버우드 Sydney Central Station, Burwood

 

 

 

시드니 서리 힐즈 Sydney Surry Hills

다시 돌아온다. 

서리 힐즈로! 

캔버라에서 가장 기대했던 열기구는 조금 지루했고, 

케언즈에서는 의외로 스노클링이 즐거웠다. 

그러나 시드니의 서리 힐즈만큼은 

기대했던 그대로 정말 만족스럽다! 

놀라울 정도로 내가 원하는 거리가 발 닿는 곳마다 계속 펼쳐진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가에서 

아이러니하게 나의 사진을 찾아본다.

 


 

시드니 서리 힐즈 Sydney Surry Hills

 

 

 

시드니 하이드 파크, CBD, 서큘러 키, 록스 Sydney Hyde Park, CBD, Circular Key, The Rooks

서리 힐즈의 조용한 주택가에서 벗어나니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 가장 번잡한 

도심 한가운데로 들어와 버린다. 

하이드 파크에서 시드니 시내로, 

다시 서큘러 키에서 록스까지 이어지는 길은 

마치 이 방향 외에 다른 길은 없는 것처럼 

나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이끈다. 

정장 차림의 사람들과 배낭을 멘 사람들이 섞여 있고, 

건물들은 저마다 특징을 가진 채로 

한결같이 높고 튼튼하게 세워져 있다. 

신호가 바뀌자 횡단보도로 걸어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신호가 끝나버린 시점에서는 

걸음걸이가 빨라지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운동화와 갈매기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는 서큘러 키이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록스에 도착과 동시에 꽤 많이 쏟아진다. 

우산을 빌려 쓴다. 

흐린 날은 좋아하지만 비가 결국 내려버리는 것은 썩 좋아하진 않는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스시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시드니 하이드 파크, CBD, 서큘러 키, 록스 Sydney Hyde Park, CBD, Circular Key, The Rooks

 

 

 

시드니 현대 미술관 Museum of Contemporary Art, Sydney

어떤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우산을 가방에 넣고 가방은 입구에 맡긴다. 

어깨가 무척 가벼워지니까 

진득하게 작품 앞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사복과 체육복을 섞어 입은 학생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자신만의 무언가에 열중한다. 

2층의 전시와 3층의 전시를 비교하자면, 

2층에서는 '우와! 대단한데? 무슨 뜻인 걸까?'이고 

3층은 '어라! 이건 뭐지? 무슨 뜻인 걸까?' 정도이다. 

입이 몇 번이나 벌어진다. 

어쩌면 컨템포러리 아트는 나의 최종 종착점일 수도 있다. 

별거 아닌 것들로 별거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 

2시간 동안의 관람을 끝내고 

다시 가방을 메니 어깨가 무겁다. 

무겁다 어깨가.

 


 

시드니 현대 미술관 Museum of Contemporary Art, Sydney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Sydney Opera House

비는 그치고 무지개가 뜬다. 

시드니, 아니 호주 전체의 랜드마크는 

이미 너무 많이 노출되어 더 이상 나라는 존재가 

파고들 틈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버 브리지의 그림자가 

반 이상 오페라 하우스를 가리고 있었을 때 

조금은 인간적이라고 느낀다. 

결국 오페라 하우스에 가보기로 한다. 

멀리 시드니 현대 미술관에서 서큘러 키, 시드니 코브로 

걸어갈 때마다 오페라 하우스는 매번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마침내 한 눈으로는 전체의 모습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가까이 다가선다. 

언제나 매끄러워 보이던 하얀색 지붕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으며 

손으로 만져보니 차갑고 조금 까칠하다. 

은근한 저녁에서 확실한 밤이 된다. 

오늘은 확실히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저녁을 먹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Sydney Opera House

 

 

 

시드니 하버 브리지 Sydney Harbour Bridge

눈을 뜨니 약속 시간이 30분 늦춰졌다고 한다. 

맛없는 조식을 먹을 경우의 30분까지 합쳐 

1시간 동안 가볍게 산책을 하기로 한다. 

어제와 비슷한 듯 다른 아침이다. 

어제처럼 여유롭지만 어제보다 가볍다. 

2번째로 걸어보는 시드니 센트럴의 아침은 

멜버른의 센트럴처럼 차갑고, 

홍콩의 센트럴처럼 뜨겁다. 

더 알 수 없는 한적한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버스를 기다리는 세 명의 여인들, 

1층 집 창밖에 두고 간 쓰레기들, 

길 한가운데 뒤집어진 채로 버려진 슬리퍼 한 짝, 

경사진 길처럼 차례대로 내려가는 쓰레기통들, 

엉덩이부터 내밀고 밖으로 나와 놓고 가는 카페 앞 벤치. 

그래! 커피를 마셔야겠다! 

적당한 거리를 더 걸어 어떤 카페로 들어간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요를 덮는다. 

물이 든 유리병과 유리컵이 먼저 나오고 

곧이어 손잡이가 없는 두꺼운 갈색 컵에 

따뜻한 롱 블랙이 나온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맞은편으로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는 사람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인다. 

계산을 하러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주문을 받지 않은 다른 직원이 나의 사진에 관심을 보인다. 

미리 준비해둔 것들로 설명을 한다. 

그러자 내 이름을 물어본다. 

메모지에 이름과 함께 웹사이트 주소를 적고 

기분 좋게 다시 호텔로 돌아온다. 

그리고 가까운 하버 브리지와 

멀리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동시에 맛본다.

 


 

시드니 하버 브리지 Sydney Harbour Bridge

 

 

 

시드니 본다이 비치 Sydney Bondi Beach

마지막으로 본다이 비치의 바다를 계속해서 바라본다. 

빠르고 다양하게, 

그러나 오직 한결같은 방향으로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이번 여행의 시간을 추억한다.

 


 

시드니 본다이 비치 Sydney Bondi Beach

 

 

 

작년 사진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여 

호주로 사진 여행을 혼자 다녀왔다. 

여행을 준비하면서의 생각과 여행 기간의 사진을 

<남자 사람 혼자 호주 사진 여행>이란 여행기로 정리하였고, 

이 여행기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호주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도시로! 

이전 여행과 차이점은 많지만 

여전히 나는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사진을 하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다음 4가지를 기준으로 여행기를 써 내려간다.

 

이번 여행에는 없는 것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남자 사람 함께 호주 사진 여행>은 여행과 사진에 대한 생각을 담는 지극히 사적인 여행기입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즐겁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의 사진에 더 관심이 있으시면 인스타그램이나 홈페이지를 찾아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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