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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여행기

치아키 선배가 사랑한 비엔나

밤비행이 좋아 2019.05.27


치아키 선배는 왜 비엔나에 빠진걸까?

예술의 도시 비엔나(Vienna)


"비에라 선생님이 계시는 빈에 가고 싶어"
"빈에 갈 수 없다면 그냥 음악을 때려치워야 할까?"

*어린 시절 경험한 비행기 터뷸런스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치아키 선배는 해외 유학을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매일 같이 신세 한탄을 한다. 운 좋게도 인생의 반쪽 마스코트 걸 노다메를 만나게 된 치아키 선배는 비행기 공포증도 극복하고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성장하여 노다메와 함께 파리로 유학을 떠난다.

*일본의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내용

도대체 빈에 뭐가 있길래 치아키 선배는 "빈, 빈, 빈, 음악의 도시 빈!" 하며 노래를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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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은 과거 유럽의 중심이었다. 수 세기에 걸쳐 유럽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왕가는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을 지배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치, 역사, 음악 등 장르 불문 전 영역에 걸쳐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단 한순간도 오스트리아가 거론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음악시간은 언제나 모차르트가 함께하고 정치와 역사 시간은 언제나 합스부르크 왕조가 등장한다. 하도 많이 들어봐서였을까? 빈은 그냥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였을 뿐이다. 그냥 언젠가 한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가보고 싶다 정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차르트를 보고 듣고 느끼는 기분은 어떨까 상상해본 정도? 그러던 내가 ‘반드시 빈에 가야겠다’로 생각이 바뀐 이유는 바로 클림트 때문이다.

2019-03-12-16-24-16_94791672.jpg▲ 비엔나의 주요 교통 수단 '트램'

아침, 호텔 방에서 눈을 뜨자마자 클림트 생각에 설레기 시작했다. 파리에서도 못 느꼈던 감정이다. 솔직히 파리에서는 뭔지 모를 의무감에 스탬프를 찍기 위해 돌아다녔다면 빈은 순수한 연정이랄까? 내심 걱정했었다. 실제로 그림을 보고 아무런 느낌이 없으면 어떡하지? 내가 갖고 있던 환상이 다 사라져버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몇 해전 서울에서 열린 반 고흐 전을 갔었는데 별 헤는 밤을 실제로 보고 실망했던 경험이 있다. 영롱한 빛깔을 자랑할 줄 알았던 대작이 A4 용지만 한 크기라니… 더군다나 그림 앞 바글거리는 인파들의 머리를 피해 겨우겨우 저게 반 고흐 작품이구나 봤던 기억뿐이다.

물론 그림의 크기가 가치를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가뜩이나 작은 그림을 먼 발치에서 볼 수밖에 없었던 씁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벨베데르 미술관(Belvedere Museum)

  • 운영시간9AM ~ 6PM
  • 위        치Schloss Belvedere, Prinz Eugen-Strabe 27, 1030 Wien
  • 가는방법우반(U)을 타고 Karlsplatz 역에 내려 트램 D선으로 갈아타자!         Quartier Belvedere 역에서 하차하면 벨베데르 궁전이 바로 눈 앞에!
  • 가        격upper 싱글티켓 -16 유로, lower 싱글티켓 - 14 유로, upper+lower 티켓 - 22유로 (성인기준)
  • 참고사항벨베데르 궁전은 크게 총 2개의 전시관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클림트의 키스가 있는 전시관을 upper belvedere, 기획전시가 진행되는 관을 lower belvedere 라고 한다. 싱글로 끊어도 되고 더블로 끊어도 된다. 

오후에는 분명히 사람이 많을 테니 미술관 오픈 시간에 맞춰 가야 했다. 겨울 부츠에 겨울 코트까지 장착하고 나섰는데도 바람이 불어 쌀쌀했다. 5월인데 겨울 코트라니 유럽 날씨는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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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베데레 미술관까지는 호텔 앞에서 우반(Uban)을 타고 Karlsplatz 역에 내려 트램으로 갈아타야 했다. 도시 곳곳을 누비는 트램은 여행의 운치를 더한다.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아침 9시 30분, Quartier Belvedere 역에 내리자마자 바람에 나부끼는 빨간 깃발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벨베데레 궁전을 들어섰다.

2019-05-07-10-30-34_86422097.jpg:: 벨베데르 (Belvedere) 뮤지엄

거대한 철문을 넘어서자마자 펼쳐지는 반짝이는 호수와 웅장한 궁전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쳐다보는데 옆으로 조깅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들에겐 이 궁전이 그냥 집 옆에 있는 건물 중 하나겠지? 좋겠다. 우리나라도 경복궁으로 조깅하러 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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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클림트를 피해 다른 작품들을 먼저 돌아봤다. 궁전 자체가 워낙 아름다워 잠깐 계단 옆 의자에 앉아 창문 너머 정원을 바라봐도 좋았고 섬세하게 조각된 난간이나 천장 장식을 봐도 놀라웠다.

더 이상 뜸 들일 수 없어 곧바로 클림트의 ‘유디트’가 있는 방으로 돌진했다. 슬프게도 그녀는 거기에 없었다. 현재 도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있단다. 안내판을 뒤로하고 다른 클림트의 다른 풍경 작품들을 돌아보다가 유독 사람들이 몰려있는 또 다른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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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림트 <키스>

<키스>가 거기 있었다. 유독 어두운 조명 아래 찬란하게 빛나던 클림트의 <키스>. 눈이 부신 황금빛을 내뿜으며 마치 한 몸처럼 붙어있는 남녀. 살포시 감은 눈과 남자의 목을 감은 팔에서 느껴지는 진한 애정과 설렘. 여자의 발목을 휘감은 꽃줄기마저도 에로틱했다.

운 좋게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계속 서 있었다. 맘마미아!를 외치며 사진 찍기 바쁜 이탈리아 고등학생 무리와 단체 관광 오신 한국인 아버님, 어머님들이 셀카를 찍고 떠나갈 때까지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사실 다리만 안 아팠다면 더 있었을 텐데 발바닥부터 밀려오는 아픔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기념품 숍에 가서 왕창 풀었다.

3대 카페 중 한 곳이라는 데멜(Demel)에 앉아 자허토르테를 야금야금 파먹으며 다음엔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는 척을 했다. 진짜 주제는 핫 초콜릿을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었다. 초코 케이크를 시켰으니 핫 초콜릿은 안 시키려고 했는데 워낙 유명하다고 하니 맛을 안 볼 수가 없었다. 휘핑크림도 올려달라고 신나게 주문을 넣던 와중 불현듯 언젠가 여행잡지에서 본 기사가 생각났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빈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히 빈에도 하나 있겠지 싶어서 도서관을 검색해봤다. 역시나. 바로크 시대 때 지어진 State Hall 이 있단다. 핫 초콜릿에 얹은 휘핑을 수저로 휘휘 저으며 위치를 찾아보니 바로 근처에 있단다. 그래서 *시티바이크를 빌리기로 했다.

* 시티바이크 웹사이트(https://www.citybikewien.at/en/)에서 사전 가입을 통해 손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1시간동안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니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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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따릉이가 있다면 빈에는 시티바이크가 있다. 도처에 즐비해서 쉽게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다. 사전 가입을 통해서 누구나 빌릴 수 있으니 여행 전 미리 가입하고 빈 시내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2019-05-07-13-14-07_18199726.jpg▲ 시티바이크 정류장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에 살짝 눈물이 났지만 얼마 만에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는지 너무 신이 나서 도서관도 지나치고 뱅뱅 돌아 오페라하우스를 찍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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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 Hall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파피루스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책을 직접 펼쳐보거나 대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과거 문화유산을 모아놓은 곳이다. 200년도 더 전에 지어진 곳에서 그보다 더 오래된 책들을 보고 있으니 느낌이 묘했다.

혹시 저기 꽂혀있는 책을 침 묻혀서 넘기다가 독에 중독돼서 사망하는 건 아닐까?! 혼자 별 상상을 다하면서 천천히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2019-05-07-14-30-12_96849798.jpg▲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의 스테이트 홀(State Hall)

이런 곳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파피루스 종이에는 도대체 뭐라고 쓰여있는 걸까? 
도대체 어떻게 보존을 한 거지?

그리고 또 걸었다. 어디 딱히 머물지 않아도 빈 시내 곳곳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게 참 좋았다.

2019-05-07-16-05-14_25668539.jpg▲ 화려함의 극치 <성 슈테판 성당>

치아키 선배는 왜 빈을 사랑했을까? 이제는 알 것 같다. 무지크페라인 골든홀에서 모차르트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벨베데르 미술관에서 클림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0년도 더 된 카페 데멜(Demel)에서 달달한 핫 초콜릿을 마실 수도 있고 초코 케이크의 왕이라고 불리는 자허토르테를 맛볼 수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5분만 가면 화려한 슈테판 성당이 우뚝 서 있고 조금만 더 가면 궁전만 한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아직 빈을 떠난 것도 아닌데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못 본 게 너무 많다.

정보제공Get About 트래블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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